2017년도 벌써 절반이 지나갔다. 올 상반기에도 수많은 차들이 새로 등장하거나 연식변경을 거쳤다. 또한, 관련된 광고 영상들도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치렀다. 

일상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광고'란 단어는 한자어로 廣告로, 넓을'광' 아뢸'고'의 뜻이다. 그렇다면 '널리 알린다'라는 그 본래의 의미를 가장 잘 수행한 영상엔 어떤 것이 있었을까? 국내에도 다양한 광고제 등이 있지만, 금번 포스트는 철저히 모터피디의 주관에 의한 것임을 감안해주길 바라며, 다른 의견이 있다면 열렬한 댓글로 남겨주시길.

쌍용자동차-G4 렉스턴: 
16년 만에 세대 변경이라면 이 정도 스케일쯤은

뉴 스타일 코란도C도 출시되었지만 누가 뭐래도 2017년, 쌍용자동차의 가장 큰 기대주는 G4 렉스턴이었다. 

무려 16년 만에 완전히 변경된 2세대 모델인 데다가 이름 앞에 거창하게 'G4'를 달고 나온 만큼, G4 렉스턴은 광고 영상도 차별화를 두기로 단단히 작정했었나 보다. 무려 우주를 배경으로 삼았으니 말이다. 

중력의 유무나 삭막한 행성 환경과 대비되는 매끈한 포장도로는 순간 의문을 품게도 하지만 무채색으로 세련되게 대형 SUV의 존재감을 내비치는 것에는 성공한 듯하다. 무엇보다 세대교체의 주기가 길었던 만큼 등장 자체로 반가운 마음이 크다. 

 

현대자동차-i30: 
다시 사람으로 시선을 바꾸다

현대자동차는 3월, 외관 디자인을 대폭 바꾼 쏘나타 뉴 라이즈를 출시했다. 감각적인 영상미와 세련된 배경음악은 구매 고객층의 연령대를 더욱 낮추려는 본래의 의도와 부합하지만 영상 속 '청사진'이란 멘트는 좀 올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있었던 것 같은데?

B 세그먼트 SUV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출시된 '코나'는 '새로운 종(The new Species)'이란 타이틀로 광고 영상을 노출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미 해당 세그먼트에 경쟁자들이 포진해 있는 상황이라 '새롭다'기보다는 '더 나은'쪽으로 포커스를 맞추는 게 낫지 않았을까?

굳이 연출된 상황을 사용했어야 했을까?

반면, 다시 '사람'에게 시선을 향한 이번 광고는 일상 속 i30를 잘 보여준다. 

소형 SUV의 인기가 높아진 반면, 해치백 모델의 수요가 주춤하고 있지만 영상만으로 보자면 현대자동차가 상반기에 가장 잘 만든 것은 개인적으로 'i30' 광고이지 않을까? 1년 전 3세대 i30 출시 당시에는 '핫해치'를 표방하며 역동적인 차량의 주행성능에 중점을 두었지만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면, 올해 4월부터는 아이유와 유인나를 모델로 i30의 일상 속 편리하고 활용도 높은 모습을 자연스레 연출하고 있다.      

 

쉐보레-더 넥스트 스파크: 
소중한 사람이 타는 차

쉐보레는 2017 올 뉴 말리부의 광고 영상에 '중앙일보 2017 올해의 차/올해의 국산차 선정, 국토교통부 2016 신차 안전도 평가 올해의 안전한 차 선정' 등의 문구를 삽입하며 2016년의 영광을 추억했다. 
그리고 2018 트랙스와 올 뉴 크루즈는 유려한 영상 속에 자신들이 자랑하고 싶은 특장점을 내비치며 마치 광고 영상의 정석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달리 말하면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병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오는 법. 2017 상반기 큰 인기를 얻었던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에서 젠틀한 알바생 역할을 충실히 해냈던 배우 '신구'가, 깐깐한 할아버지로 분하며 반전 있는 감동을 준 '더 넥스트 스파크, 깐깐한 선택 편'은 생각보다 오래가는 여운과 울림을 남긴다. 

손녀가 탈 차이기에 누구보다 꼼꼼히 스파크를 선택하는 할아버지의 잦은 방문에도 귀찮아하지 않고 깨알같이 스파크의 안정성을 알리는 영업사원의 모습도 인상적.

 

르노삼성-QM6: 
효과적인 유머 코드의 활용

르노삼성도 2016년 중형 세단의 경쟁을 심화시켰던 'SM6'의 지속적인 판매를 위해 외부 평가를 빌려왔다. 한국 자동차 전문 기자협회가 선정한 '2017 올해의 디자인상' 수상에 힘입은 SM6는 '디자인, 새로운 영향력이 되다'라는 카피 아래 주행성능이나 편의장비 같은 다른 요소들보다 세련된 외관을 자랑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반면 QM3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캡쳐 라이프'라는 타이틀 아래 SNS를 소스로 한 영상을 감각적으로 편집했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광고 영상은 배우 이병헌이 '내부자들'의 안상구로 다시 돌아가 특유의 어조로 문장 파괴를 재연하고, 개그맨 이세진이 그런 이병헌을 패러디한 '이병원'으로 등장하며 만나는 'QM6: 절대 만나선 안될 두 남자가 만나게 된 이유'편이다. 
일상에서 4륜 구동이 필요한 이유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영상은 잔뜩 무게를 잡고 강의하듯 차량의 장점들을 주입하듯 나열하는 영상들보다는 확실히 부담감이 적고 기억에 남는다.

 

기아자동차-스팅어: 
영상만으로도 너의 가슴을 뛰게 하겠다

기아자동차는 올 뉴 모닝으로 2016년을 시작했다. 경차답게 생활 속 아기자기한 구성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지만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 등의 안전장치 채택과 토크 벡터링 시스템을 적용한 것을 잊지 않고 자랑했다. 

그 밖의 상반기 기아자동차의 광고 영상들에는 스포티지 2.0 가솔린, 2018 K5 등도 있었지만 '스팅어'가 그 모두를 지워버렸다. 기아자동차 최초의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인 만큼 사람들의 관심도는 여느 때보다 높았고 다행히 광고 영상은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듯 보인다. 

영화 인셉션에서 인상 깊었던 음악 'Non, Je ne regrette rien (아뇨, 전 후회하지 않아요)'이 꽤나 어울린 영상 속에서 남자는 무언가를 애타게 갈구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그리고 그 열정을 잊지 말라고 말하며 등장하는 스팅어는 단순히 자동차 이상의 가치가 부여된 듯하다.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라는 카피 역시 대상이 되는 자동차, 그리고 영상 자체와 조화를 훌륭하게 이룬다.

정원준 에디터  wonjun95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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