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이나 험로를 달리는 차량을 연상하면 왜인지 모르게 랜드로버를 떠오르곤 합니다. 이 영국의 럭셔리 SUV 메이커는 1989년부터 디스커버리라는 모델을 출시하고 지난 28년간 5세대에 걸쳐 오프로더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지난 7월, 국내에서 공식 출시된 All New Discovery를 만나보았습니다. 

 

5세대인, 올 뉴 디스커버리의 전면은 기존 디스커버리 마니아분들이 보시면 다소 실망하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 박스형 터프 이미지에서 이제는 완전히 모던 SUV의 디자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왠지 판매량 증가에는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역설적인 생각도 듭니다. 

(90cm 깊이의 수심을 지날 수 있다)

측면은 이제 더 이상 3열 윈도우가 루프라인과 연결되지 않지만 계단식 루프라인은 아직 남겨 두었습니다. 타이어는 275/ 45R 21인치가 전·후륜에 적용되었습니다.

후면 디자인도 많이 바꿨습니다. 테일램프도 세로에서 가로로 변경되었고, 비대칭의 번호판 디자인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트렁크는 이전에 위아래로 열리던 방식에서 이제 통으로 한 번에 열리도록 변경되었습니다. 

(옵션이긴 하지만) 트렁크에서도 2열과 3열 모두를 전동으로 접고 세울 수 있는데, 옆에 있는 버튼 또는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서 접을 수도 있습니다. 2열 시트까지 접으면 2,500L라는 적재공간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올 뉴 디스커버리는 모든 코너에 에어서스펜션을 적용해 타고 내리거나 짐을 싣기 편하도록 차량 높이를 40mm 정도 낮춰 주는 기능도 적용되었습니다. 

시승 모델은 3.0L Td6 런치에디션입니다. 런치에디션은 올 뉴 디스커버리의 국내 출시를 기념하기 위해 50대 한정 판매된 차량으로 지금은 판매가 완료된 상태이며 스페셜 모델이기 때문에 추가 판매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올 뉴 디스커버리는 현재 디젤 모델들만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2가지의 2.0L 인제니움 디젤엔진과 오늘 시승차량에 적용된 3.0L 디젤까지 3가지 엔진 라인업이 제공되고 있는데요, 이 3.0L 디젤 엔진은 258마력(3,750rpm)의 최고 출력과 61.2kg.m(1,750~2,250rpm)의 최대 토크를 발생시킵니다. 구동은 자동 8단을 통해 모든 휠로 전달되는데요, 자 그럼 올 뉴 디스커버리와 함께 잠시 달려보겠습니다.

올 뉴 디스커버리가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는 8.4초가 소요되었습니다. 뼈대를 기존 프레임 바디에서 경량 알루미늄 모노코크 구조로 변경하며 약 480kg의 무게를 감량한 덕에 이전 세대와 비교해 경쾌한 가속을 보여줍니다. 

제동성능은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 데까지 40.9m, 3.1초가 기록되었습니다.

 

그리고 올 뉴 디스커버리에도 주행 조건을 모니터링하고 주행 모드를 자동으로 선택, 섀시와 파워트레인을 지형 조건에 맞게 설정하는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2(Terrain Response 2)가 적용되었습니다. 금번 시승은 일반적인 주행 환경의 온로드에서만 진행되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모래, 잔디/자갈/눈길, 암반, 진흙 등의 지형 조건에 스스로 적응하는 이 시스템을 제대로 느껴볼 순 없었습니다. 
(악천후나 험로에서의 느낌은 추후 기회가 된다면 꼭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올 뉴 디스커버리 3.0L Td6 모델에 탑재된 V6 디젤엔진은 억제된 진동, 그리고 아이들 구간을 포함해서 나쁘지 않은 엔진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가속을 진행해도 엔진의 음색이 낮기 때문에 크게 거슬리지 않는데, 개인적으로는 대형 SUV엔 이런 3.0L 디젤엔진이 잘 어울리는듯합니다. 

실내는 최근 랜드로버의 디자인을 적극 반영하고 있습니다. 가로, 세로 깔끔하게 배치해 군더더기 없는 대시보드 디자인도 고급스러운 안정감을 전달합니다. 하지만 기어셀렉터 옆에 피아노 블랙 유광 재질이 많이 사용되어 스크래치에 취약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듭니다. 그 외에는 전체적으로 실내는 넓은 공간이 고급스럽게 꾸며져 탑승객을 맞이합니다.

시트 포지션은 대형 SUV답게 높습니다. 높기 때문에 탁 트인 시야도 좋고요. 시야는 전면뿐 아니라 측후면까지 가리는 곳이 없어 커다란 덩치에도 운전하기가 수월합니다.

 

(조금만 더 두꺼워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반면 스티어링 휠의 크기는 예상했던 것만큼 그렇게 크고 두툼하지는 않습니다.  전자식 속도 감응형이 적용된 스티어링 휠은, 좌우로 돌렸을 때 초반에 살짝 반응이 무딘 구간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높은 차체와 오프로드 성능까지 감안한 셋업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센터를 조금만 벗어나면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반응을 보여줍니다.

계기판은 아직 아날로그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기판 중앙엔 LCD 패널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이러한 콤비네이션이 저는 풀 LCD 계기판 보다 마음에 듭니다. 우측에 위치한 10인치 터치스크린은 크기도 좋고 사용하기도 편리합니다. 또한 무엇보다 Tmap을 사용해서 수입 자동차들이 가장 부족한 내비게이션 기능을 보강한 것이 마음에 듭니다.

 

3.0L V6 엔진은 시내 구간과 고속주행 모두 차량을 부드럽고 넉넉하게 밀어줍니다. 프레임바디가 사용되었던 이전 세대에 비해 무게가 대폭 감량이 되었지만 아직도 2톤이 넘기 때문인지 차량이 가볍게 나가는 느낌보다는 묵직하지만 부드럽게 밀려가는 느낌입니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항속주행을 할 때 직진성과 안정감이 만족스럽습니다. 당연히 풍절음이나 외부 소음도 잘 차단되어 있고요.  조용하고 편안하게, 스트레스 없이 달리기 때문에 가족들과 장거리 여행에 잘 어울릴 듯합니다. 

(수동모드는 스티어링 휠 뒤에 있는 패들 시프트로 조작)

미션은 ZF 사의 자동 8단 변속기가 적용되었습니다.  ZF 미션은 고급 세단에서부터 스포츠 세단까지 다양한 차량에서 좋은 실력을 보여주는 미션인데요, 올 뉴 디스커버리에서는 차량 콘셉트에 맞게 변속의 속도보다는 부드러운 변속감에 중점을 둔 것 같습니다. 

(km/ℓ 환산하면 도심 10.87, 고속 13.16 수치를 기록)

3.0L Td6 모델의 연비는 출/퇴근 시 시내 구간 약 40km 구간에서 측정을 해보았을 때는 10.9Km/ℓ정도가 나왔고 고속도로에서 90~100km로 항속 주행을 했을 때는 13.1km 정도가 나왔습니다. 공인연비(복합 9.4/ 도심 8.4/ 고속 11.1)보다는 높지만 확실히 2.0L 인제니움 디젤 엔진(Sd4: 복합 12.8/ 도심 11.4/ 고속 15.0)이 연료 효율성이 높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5세대라는 이름 대신, 완전히 모든 것을 바꾸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네이밍 패턴도 바꾼 '올 뉴 디스커버리'를 만나봤습니다. 마치 숙련된 클라이머가 세련된 슈트로 몸을 치장한듯한 '올 뉴 디스커버리'는 성공적인 탐험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민철기  knt1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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