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포르쉐 코리아는 '파나메라' 2세대 모델을 국내에 출시했습니다. 1세대 파나메라는 2009년 출시 후 전 세계적으로 15만 대 이상이 판매되며 포르쉐가 럭셔리 스포츠 세단 세그먼트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했는데요, 포르쉐는 '2세대' 파나메라를 통해 프리미엄 스포츠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럭셔리 세단의 편안한 주행과 강력한 스포츠카의 성능이라는, 두 가지 대조적인 특징을 결합한 '4도어 스포츠 세단'인 신형 파나메라 4S를 만나보았습니다.

2세대 풀체인지 신형 파나메라 4S는 디자인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습니다. 기존보다 차체가 커졌지만 포르쉐의 디자인 아이콘 911을 연상시키는 다이내믹한 실루엣은 보다 세련되어진듯합니다. 특히 후면은 이전 유선형의 테일램프가 911과 마칸의 디자인처럼 중앙까지 연결된 형태로 변경되었습니다. 또한 평상시에는 매끈하게 숨겨져 있던 리어 스포일러는 고속 또는 조작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며 더욱 시선을 끕니다.

금번 시승행사는 포르쉐 센터 용산에서 출발, 가평의 회차 지점을 왕복하는 코스로 편도 약 66km 정도의 거리입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도심과 국도, 고속도로가 포함된 코스인지라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신형 파나메라 4S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시승을 위해 운전석에 앉자 예상보다 좋은 전면과 측면 시야가 들어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두툼한 C 필러 때문인지 측후방 사야는 다소 제한적입니다. 몸을 감싸는 탄탄한 느낌의 시트는 이 차의 성격답게 장거리 운행에도 편안함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계기판은 911과 파나메라 이전 세대 디자인과 동일하게 RPM 게이지가 중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 양쪽엔 7인치 스크린이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합니다. 특히 우측 디스플레이에는 선명한 시인성의 지도를 꽉 차게 띄울 수도 있습니다. 기어 레버 양옆에 있던 물리버튼들을 대부분 터치식으로 변경해 간결한 실내를 보여줍니다. 터치 방식의 디스플레이는 직관적인 조작을 돕기 위해 조작시 작은 진동으로 응답합니다. 그리고 자주 사용하게 되는 온도와 볼륨 조절 버튼들은 물리식 버튼으로 남겨놓았습니다.

(연료 소비량은 오히려 11%를 줄이며 8.8km/l의 복합연비를 제공) 

출발을 알리는 무전이 들려와 전자식 기어 레버를 가볍게 움직인 후 드디어 주행을 시작했습니다. 더욱 강력해진 바이터보 가솔린 엔진과 새로운 8단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PDK)의 조합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정체 구간에서도 매끄러운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최고출력 440마력과 56.1kg.m(1,750~5,500rpm)이라는 최대토크를 품고 있지만 저속 주행 시에는 이를 거들먹거리지 않고 점잖은 주행감을 안겨줍니다. 

서울을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올라서서 엑셀 페달에 힘을 가하자 순식간에 속도가 높아집니다. 메이커에 따르면 신형 파나메라에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장착 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도달하는 데는 단 4.2초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상외로 높아지는 속도에 비해 체감되는 가속감은 크지 않습니다. 주행모드를 노멀에서 스포츠+로 변경하면 엔진과 미션, 그리고 스티어링 휠과 서스펜션 반응의 변화는 쉽게 느껴지지만, 그와 대비하여 체감되는 가속감은 여전히 안정적입니다. 

아무래도 신형 파나메라 4S는 4도어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탑승자들에게 안락하고 편안한 주행감을 주는 것에 더욱 포커스를 둔듯합니다. 고속 주행뿐 아니라 차선 변경이나 급격한 코너에서도 3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전자식 섀시 관리 시스템인 '4D 섀시 컨트롤', '리어 액슬 스티어링 등이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흔들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안정감을 선사합니다. BMW의 7시리즈나 벤츠의 S 클래스가 점차 다이내믹한 고성능 주행 성능을 강조한다면 포르쉐는 기존 브랜드의 컬러에서 편안한 럭셔리 세단으로, 메이커들 모두 고객이 선호하는 역동적이면서도 편안함이라는 극단의 요소를 만족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신형 파나메라가 럭셔리 세단으로서의 면모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미션을 매뉴얼 모드로 바꾸면 엔진의 분당 회전수가 레드라인에서도 자동으로 변속하지 않고 높은 RPM을 유지하거나, 스티어링 휠 우측 하단에 위치한 '스포츠 리스폰스' 버튼을 누르면 약 20초 동안 터보차저의 압력을 최대로 높이며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반응성도 높아지는 등 '포르쉐'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66km라는 거리를 평소와 달리 짧게 느끼며 회차지점에 도착해 운전대를 넘기는 순간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금번 시승의 동승자는 개인적으로도 평소 팬이었던 한상기 기자님. 풍부한 경험과 지식으로 신형 파나메라의 느낌을 들려주며 돌아오는 길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운전에 집중할 땐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조수석에서 느낀 파나메라는 상당히 정숙했습니다. 차량의 쏠림이나 노면의 충격을 매끈하게 억제하는 것뿐 아니라 외부의 소음도 효과적으로 차단해 필요 이상으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핸들을 잡았을 때나, 조수석에 앉았을 때 모두 즐거운 시승이었지만 신형 파나메라가 가진 주행성능과 편의장비, 디자인 특징 등을 자세히 알아보기엔 짧은 시간이라 아쉬웠습니다. 추후 기회가 된다면 개별 시승을 통해서도 더욱 자세히 2세대 파나메라에 대해 확인할 수 있길 희망해 봅니다.  

민철기  knt1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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