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베이징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포르쉐 718 카이맨은 718 박스터 이후 2번째 718시리즈입니다. 4세대 박스터의 쿠페 버전인 포르쉐 카이맨은 2017년식 모델부터 이름 앞에 718을 추가했는데, 이 명칭은 1950~60년 대 맹활약을 떨친 포르쉐의 718 GTR Coupe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4기통 수평대향 박서 엔진이 사용되었던 718 레이스카와 마찬가지로 카이맨도 718이라는 이름을 앞에 추가하면서 이전의 6기통 엔진을 대신해 2.0리터와 2.5리터, 2가지의 4기통 터보차저 수평 대향 박서엔진을 탑재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다운사이징 흐름에 순순히 동참하는 것이 머쓱하기라도 했는지 718 레이스카라는 그럴싸한 대의명분을 앞세운듯한 느낌도 있지만 카이맨의 새로운 4기통 터보 엔진은 보다 높아진 출력과 연비라는 객관적인 향상치를 안겨줍니다.

 

세대를 거듭하면서도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계승하고 있는 포르쉐인 만큼 718 카이맨 역시 외관에서 이전 모델과의 차이점을 쉽게 발견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면 확장된 에어 인테이크와 그 위로 더욱 날카롭게 다듬어진 방향지시등, 그리고 4포인트 LED 주간주행등이 추가된 헤드램프를 찾을 수 있습니다. 

측면은 맏형인 911과 비교해 아담한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전장과 전폭은 911보다 짧긴 하지만 미드십 엔진의 레이아웃 덕으로 휠베이스는 좀 더 긴 수치를 나타냅니다. 스타일리시한 쿠페 라인 아래에는 사이드 에어 스쿱이 위치하며 이 차량의 성격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줍니다.

후면 디자인은 최신 포르쉐의 디자인이 그대로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전보다 시각적으로 넓어 보이는 디자인을 위해 테일램프는 블랙 유광 재질로 중앙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718 카이맨에는 트렁크가 2개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짐을 수납하는데 있어서 실용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엔진이 중앙에 있기 때문에 트렁크가 뒤쪽(275L)뿐 아니라 앞쪽(150L)에도 위치해 여러 가지 짐들을 나눠서 싣기에 용이합니다.   

 

실내에도 스포츠카치고는 다양한 수납공간을 제공합니다. 공간성도 외부에서 봤을 때보다 넉넉한 수준입니다. 718 카이맨은 에어벤트를 포함해 대시보드 윗부분에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했는데 실내 대부분은 가죽과 부드러운 재질로 감싸져 있으며 마감의 완성도도 좋은 수준입니다.

전면과 측면 윈드 실드의 폭이 넓은 편은 아니지만 시야를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두툼한 C 필러 때문에 후측방 시야는 다소 제한적입니다. 또한 사이드미러의 날렵한 디자인은 매력적이지만 크기가 작은 만큼 차선 변경 시 시야 확보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718 카이맨은 인포테이먼트에서도 많은 부분 개선을 이뤘습니다. 스크린의 반응성은 빨라졌으며 레이아웃도 깔끔하게 변경되었습니다. 여기에 근접센서도 적용이 되어 손끝이 스크린에 닿기 전 탭 바가 팝업 되는 등 조작 방식을 다양하게 제공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애플카플레이 역시 적용되었습니다.

시승 차량에는 14방향으로 시트 포지션을 조정할 수 있는 옵션이 적용되어 개인에 맞는 시트 포지션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며 생각보다 편안한 착좌감을 느끼게 합니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선택 시 918 스파이더에서 가져온 스티어링 휠의 모드 스위치로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인디비주얼 이렇게 4가지의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드 스위치 중앙의 버튼을 누르면 20초간 엔진과 변속기가 출력을 최대한 빠르게 끌어내도록 설정됩니다.    

수평대향 터보 4기통 엔진이 적용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포르쉐 마니아들은 자연 흡기 6기통에서 터보 4기통으로 변경된 점에 실망과 우려를 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4기통 엔진 하면 연비 향상에 치중한 심심한 엔진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포르쉐 718 카이맨에 적용된 4기통 터보차저 엔진은 그런 선입견을 쉽사리 잠재웠습니다. 최대 토크가 이른 1,950rpm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초반 반응도 나쁘지 않습니다. 또한 3,500rpm부터 레드라인인 7,500rpm까지 시종일관 차량을 강하게 끌어주기 때문에 출력에 대한 큰 아쉬움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물론 더 높은 출력을 원한다면 카이맨 S라는 선택지를 포르쉐는 이미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가 적용된 718 카이맨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필요했던 시간은 4.67초로 메이커가 얘기한 4.7초보다 더 빠른 가속력을 기록)

미션은 포르쉐의 듀얼 클러치인 7단 PDK가 사용, 확실히 PDK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카이맨에서도 빠른 변속 타이밍을 보여줍니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할 때에도 좋은 실력을 보여주는 반면 시내에서 크루징 할 때에는 부드러운 변속감을 느끼게도 합니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성은 마치 운전자가 원하는 바를 먼저 알고 있는 듯 정확하고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100-0km/h : 2.62초 / 33.59m)

브레이크는 4-피스톤 알루미늄 모노블록 고정 캘리퍼가 장착되었습니다. 비록 S 모델의 레드 컬러는 아니지만 'PORSCHE'를 안에 새긴 캘리퍼는 안정적인 제동성능외에도 훌륭한 디자인적 요소를 자랑합니다.

새시의 전반적인 느낌은 한 마디로 단단합니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하며 코너를 돌면 그 강성을 더욱 느낄 수 있는데,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 강성이 단순히 단단함에서 오는 불쾌한 승차감이나 소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승을 통해 확인해본 718 카이맨의 연비는 출/퇴근 시 시내 구간 약 40km 구간에서 측정을 해보았을 때는 9.6Km/ℓ, 고속도로에서 90~100km로 항속 주행을 했을 때는 17.2km/ℓ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718 카이맨의 기본 가격은 박스터보다 낮은 8,200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물론 옵션으로 유명한 포르쉐인 만큼 몇 가지 사양들을 추가하다 보면 금세 앞자리 수가 변하기도 합니다. 더구나 포르쉐는 2018년 상반기에 성능과 디자인을 강화한 '718 카이맨 GTS'와 '718 박스터 GTS'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GTS 모델의 최고출력은 365마력, 최대토크는 43.8kg.m으로 기본 718 카이맨보다 65마력, 718 카이맨 S 보다 15마력 높은 출력을 기록한다고 합니다. 

과거 포르쉐가 카이엔과 파나메라를 선보였을 때 많은 이들은 포르쉐가 지닌 본질을 흐리는 판단이라며 우려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포르쉐가 만든 SUV와 4도어 세단은 브랜드의 재정상태를 풍요롭게 하였을 뿐 아니라 기존 모델들을 벗어난 카테고리의 확장에 있어서도 포르쉐는 남다름을 증명했습니다. 718 카이맨의 4기통 터보차저 엔진 역시 포르쉐가 시대의 압박에 의한 차선책이 아닌, 자신들이 변화를 주도하였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점차 가속화되는 자동차 업계의 변화 속에서 앞으로 포르쉐가 또 어떤 혁신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민철기  knt1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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