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은 2002년부터 CTS로 BMW, 벤츠와 같은 독일 메이커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후 CTS는 어느덧 3세대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캐딜락 역사상 가장 파워풀한 CTS-V를 만나보았습니다.

CTS-V는 CTS 기반의 퍼포먼스 버전입니다. CTS-V는 4도어 콜벳이란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1세대 V8 6.0리터 LS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부터 2세대 V8 6.2리터 슈퍼차저 엔진에 이어 3세대 CTS-V 역시 콜벳 Z06와 동일한 슈퍼차저가 적용된 LT4 V8 6.2리터 엔진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CTS-V는 GM의 알파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되었는데, 알파플랫폼은 ATS와 카마로에도 사용된 GM의 간판 후륜구동 플랫폼입니다. 전체적인 사이즈는 이전 세대에 비해 많이 길어졌지만 높이는 되려 낮아졌습니다. 
 

(CTS-V가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는 4.0초가 소요) 

전면에는 슈퍼차저가 적용된 LT4 8기통 엔진을 식혀주기 위해 매쉬타입 그릴이 위아래로 크게 적용되었습니다. 후드를 열면 콜벳 Z06의 엔진을 살짝 디튠시킨 8기통 심장이 엔진룸을 가득 채우고 무려 648마력과 87.2kg.m의 최대 토크를 자동 8단 미션을 통해 후륜으로 전달합니다. 

 

(시속 100km에서 정지하는 데까지는 2.7초, 31.8m가 소요)

측면에서는 V 배지 이외에 일반 CTS 모델과 큰 차이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모든 업그레이드가 휠과 브레이크에 집중되어있기 때문입니다. 타이어는 앞에 265/35ZR 19인치, 뒤에 295/30ZR 19인치가 사용되었으며 브레이크는 전륜에 6피스톤 그리고 후륜에 4피스톤 브렘보가 장착되었습니다.

후면에서는 양쪽에 쿼드타입 배기구도 퍼포먼스 차량임을 강조합니다. 현재 시승차량에는 리모트 스타트 기능도 적용되어 외부에서도 시동을 걸 수 있어 추운 겨울에 유용합니다. 트렁크는 후륜 퍼포먼스 모델인 만큼 그리 넓은 공간을 제공하진 않지만 스키스루와 6:4폴딩시트가 적재공간의 확장시켜줍니다.

 

CTS-V는 CTS와 동일한 차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2열 공간도 준수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테리어는 고급 가죽과 스웨이드 그리고 카본으로 감싸졌습니다. 1열의 Recaro 시트 뒤에는 스웨이드로 마감되었고 파나로믹 선루프와 공조 컨트롤, 열선시트는 물론 선쉐이드까지 적용되어 나름 2열 편의성에도 신경 쓰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V 시리즈를 위해 좀 더 차별화된 실내 인테리어의 부재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과격한 배기음이 지금 타고 있는 차량의 성격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줍니다. 
5미터가 넘는 큰 차체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시야가 좋아서인지 금세 차량의 폭이 적응됩니다. 세단인 CTS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적인 환경에서도 운전하기 수월한 편입니다.
 

드라이브 모드는 투어, 스포츠, 트랙, 스노우 4가지 모드를 제공

시트는 16방향으로 세부적으로 조정되는 레카로 시트가 적용되어 운전자를 단단히 붙잡습니다.  이 레카로 시트는 세부적으로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의 체형에 맞춰 포근하게 잡아주도록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12.3인치 스크린의 계기판에서는 3가지 테마의 레이아웃 중 1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크린을 통해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심지어 미션오일 온도까지 확인시켜줍니다.

648마력의 통제권을 부여받는 것은 운전자를 꽤나 흥분시키지만, 반대로 상당한 부담감도 안겨주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앞에서 들려오는 슈퍼차저의 우는듯한 소리는 묘한 중독성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직분사 8기통에 슈퍼차저까지, 출력이 넘쳐나기 때문에 코너에서 날카로운 가속을 시도하는 경우 뒤가 빠지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이드라-매틱 자동 8단 변속기는 토크컨버터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더블클러치 정도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정도의 빠른 변속 타이밍은 퍼포먼스 알고리즘 시프팅 기능으로부터 기인합니다. CTS-V의 8단 자동변속기는 최적의 기어를 자동으로 선택해 랩타임을 단축하기 위해 혹독한 테스트와 튜닝을 거쳤지만 토크컨버터 방식이기 때문에 투어 모드에서는 의외로 부드러운 변속 느낌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CTS와 동일한 휠베이스를 가지고 있지만 CTS-V에는 강성이 14% 향상된 ZF 사의 전자식 스티어링 랙과 전용으로 개발된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 타이어 그리고 40% 더욱 빠르게 반응하는 매그내틱라이드 컨트럴까지, 모두 빠르고 직관적인 코너링을 위해 적용되었습니다. 서스펜션은 전륜에 맥퍼슨, 후륜에 5링크가 사용되었으며 CTS-V의 섀시는 코너링 향상을 위해 기본 CTS 대비 바디 강성을 약 20% 정도 높였다고 합니다.

 

다운사이징이라는 추세에는 저항하고 있지만 CTS-V는 안전을 위한 차선이탈 경고와 차선 유지 기능과 같은 주행보조 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하지만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아닌 일반 크루즈 기능은 경쟁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V8 슈퍼차저를 선택 시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했겠지만, 마지막으로 CTS-V의 연비도 알아보겠습니다. 출/퇴근 시 시내 구간 약 40km 구간에서 측정을 해보았을 때는 6.1Km/l, 고속도로에서 90~100km로 항속 주행을 했을 때는 12.0km/l를 기록했는데 직분사에 실린더 디액티베이션(cylinder deactivation)까지 적용되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차를 조용히 몰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입니다.

캐딜락을 대표하는 세단인 CTS를 구매하고 싶은 분들은 2.0L 가솔린 터보 모델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이번 시간에 시승했던 6.2L 슈퍼차저가 적용된 CTS-V, 2중에 선택을 강요받게 됩니다.  하지만 북미지역에서는 2.0L 터보, 3.6L 가솔린과 3.6L 트윈터보(V-Sports)와 CTS-V까지 4가지 모델이 판매중에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2.0L 터보 모델 사이에 3.6L 가솔린 또는 3.6L 트윈터보 (V-Sports) 모델을 추가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선택의 폭을 넓혀주면 어떨까요? 

민철기  knt1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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