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런 머스크 CEO의 존재로 더 유명한 테슬라는 전통적인 내연기관 대신 순수 전기차만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지금이야 전기차란 단어가 그리 새로울 것이 없지만 약 10년 전 테슬라는 로터스 엘리스를 기반으로 한 '로드스터'를 출시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후 테슬라는 2012년에 세단형인 모델 S, 2015년에는 SUV인 모델 X를 출시했으며 2016년 3월 말에는 보급형인 모델 3, 2017년 11월에는 전기트럭인 세미와 2세대 로드스터를 공개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모델 S의 사전계약을 실시해 2017년 6월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모델 S 중 90D의 판매에 대해서 재고 처리 논란이 있기도 했는데, 현재는 국내에서도 75D 와 100D 만 선택이 가능합니다. (아쉽게도 현재 시승이 가능한 모델은 90D뿐이었습니다) 90이나 75, 100 같은 앞의 숫자는 배터리 용량에 따른 구분이고 뒤의 알파벳 D는 4륜 구동을 의미합니다. 

모델 S 90D 트림은 옵션을 제외한 기본 가격이 1억 1,300만 원이지만(개별 소비세 및 교육세 감면분 반영) 프리미엄 업그레이드 패키지 (650만 원)와 오토파일럿 (650만 원) 등의 옵션을 추가하면 가격이 좀 더 올라갑니다. 하지만 포르쉐에서 크로노 스포츠 패키지를 필수 옵션으로 추가하는 것처럼 위의 두 옵션을 제외하긴 어렵습니다. 90D의 경우 지난 9월부터 전기차 보조금 적용으로 최대 2,4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는데, 현재 75D와 100D도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테슬라 모델 S 90D 와 함께한 금번 시승은 청담동에 위치한 테슬라 스토어를 출발하여 원주 오크밸리를 왕복하는 코스입니다. 시내와 고속도로, 그리고 국도와 고갯길을 모두 혼합한 구간과 추운 겨울 날씨가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하는 모델 S의 총주행거리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아보기 위함입니다. 

테슬라 모델 S의 제원상 크기(단위: mm)는 전장 4,979 / 전폭 1964 / 전고 1435 / 휠베이스 2960입니다. 5도어 패스트 백 형상의 외관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날렵한 인상을 품고 있습니다. 2016년에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전면 디자인의 모델 X와 유사하게 변경되며 패밀리 룩을 이룹니다. 특히 엠블럼 주위의 'T'자 모양으로 공간을 둔 점이나 모습을 드러냈다 숨겼다 하는 도어 핸들이 인상적입니다. 외관의 느낌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동시에 잘 살리는 재치 있는 디자인이란 생각이 듭니다.

(선루프도 1% 단위로 열고 닫을 수 있다)

화이트 프리미엄 옵션이 적용된 실내는 화사합니다. 친환경을 위해 사용된 인조가죽은 전기차의 컨셉과 어울립니다. 중앙에는 17인치 정전식 스크린이 압도적인 크기를 나타냅니다. 그 밖에는 비상등과 글러브 룸을 조작하는 2개의 물리버튼만이 위치합니다. 미래지향적 레이아웃으로 느껴지지만 주행 중 직관적인 사용은 어렵습니다.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 센터패시아에 비해 내장재의 고급감이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닌 것은 아쉽습니다. 

(생화학무기 방어 모드도 포함된다고 한다)

열선 시트 패키지와 열선 스티어링 휠 등이 포함된 프리미엄 업그레이드 패키지를 옵션으로 추가하면 의료 등급의 HEPA 공기 여과 장치가 장착되어 실내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침입을 방지합니다. 두 개의 활성 탄소 정화 필터의 사용으로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악취, 질소 산화물 및 탄화수소 배출가스를 차단한다고 합니다.

모델 S90D는 전륜과 후륜에 각각 모터를 사용하는 사륜구동입니다. 따라서 센터터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2열 가운데 자리에도 사람이 앉기 수월합니다. P가 붙은 고성능 모델에서는 후면 모터가 전면 모터보다 더 큰 출력을 발휘하지만 90D 모델에서는 동일한 두 개의 모터가 탑재되었습니다.

모델 S는 경량화를 위해 90% 이상의 부품과 섀시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2,148kg, 2톤을 넘습니다. 하지만 배터리를 차량 하부에 위치해서 주행 안정성이 뛰어납니다. 하중이 아래에 집중되었기 때문입니다. 탑승 시 도어 하단부가 타사의 세단들보다 높은 것은 철제 레일로 보강된 알루미늄 기둥 때문입니다. 이 기둥이 측면 충격을 흡수, 유사시에 탑승자와 배터리 팩을 보호하게 됩니다.

테슬라에서 얘기한 모델 S90D의 제로백은 4.4초입니다. 여타 고성능 세단들을 생각한다면 그리 놀라운 수치는 아닙니다. 하지만 내연기관 차량들과 달리 듀얼 모터의 모델 S는 엑셀을 밟는 순간 최대 가속력이 몰리며 묘한 속도감을 안겨줍니다. 환산된 시스템 출력은 최고 420hp, 최대토크 66kg.m으로 최고속도는 250km/h입니다.

브레이크는 브렘보의 전륜 6피스톤, 후륜 4피스톤이 적용되었습니다. 다만 RPM에 의한 엔진음이나 배기음이 없고 회생제동 때문에 초반에는 브레이킹 포인트를 혼동할 수도 있습니다.   

테슬라의 모델 S는 또한 총 12개의 카메라와 8개의 센서, 그리고 1개의 레이더로 자율 주행기능이 지원됩니다. 오토파일럿 사용 시에는 카메라를 4개 사용하고, 아직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은 완전 자율 주행기능 시에는 8개 카메라를 전부 사용하게 됩니다.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고도 차를 앞뒤로 이동시키는 Summon 기능도 있지만 이러한 기능들은 아직 '보조'의 역할이므로 운전자가 주위를 잘 확인하고 안전에 유의해야 합니다. 

오토파일럿으로 과속은 할 수 없습니다. GPS 기반으로 위치를 파악해 해당 도로의 제한 속도에 맞춰 달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45km/h 이상의 속도에서 턴 시그널 램프를 작동하면 차선 변경까지 하는 것도 신기한 기능입니다.

테슬라 모델 S90D와 약 반나절을 주행한 총거리는 206km로 차량의 실내 온도는 21도로 설정되었습니다. 성인 남성 2명과 촬영 장비들을 싣고 다양한 구간을 달린 결과로 최초 주행 가능 거리인 412km의 숫자는 99km로 줄었습니다. 단순한 뺄셈을 통해 계산해보니 약 106km의 차이가 있었는데 이는 외부 온도와 주행 환경에 의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테슬라에서는 급속 충전을 할 수 있는 수퍼차저를 서울/경기 지역에 6곳, 주요 광역 도시에 8곳으로 총 14개를 운영 중입니다. 또한 완속 충전기인 '데스티네이션'도 백화점과 마트 등에 위치하며 향후에도 충전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2018년 상반기에 모델 S의 고성능 버전인 P100D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테슬라는 마치 애플처럼 열성적인 팬층이 두텁기로도 유명합니다. 하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실제로 구현하며 놀라움을 자아냈던 테슬라는 최근 모델 3의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현실적인 난관들을 맞닥뜨린 테슬라가 역경들을 극복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놀라운 차량들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민철기  knt1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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