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수입차 시장의 비중이 날로 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포르쉐는 도로 위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하지만 진한 패밀리룩을 지닌 포르쉐의 모델들은 순간적인 구분을 어렵게 합니다. 물론 카이엔이나 마칸 같은 SUV 모델들과는 쉽게 분류가 되지만 박스터나 카이맨, 911이 빠른 속도로 도로 위를 지나갈 땐 많은 사람들이 모델명보단 그저 '포르쉐'란 브랜드만을 떠올리곤 합니다.

포르쉐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이 있다면 사뭇 다른 램프 디자인과 차량 전체의 실루엣, 엔진의 위치 등으로 박스터나 카이맨, 그리고 911의 차이점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포르쉐를 대표하는 모델인 '911'은 그 안에서도 '카레라'와 '타르가', '터보', 'GTS'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누며 911을 접하는 사람들을 시험에 들게 합니다. 

우선 '카레라'는 스페인어로 레이스, 즉 경주를 의미하며 과거 고성능 모델에 붙는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911의 엔트리 라인업이 되었습니다. '타르가'는 쿠페의 안전성과 오픈카의 개방감을 모두 가지는 모델입니다. 지붕이 완전히 오픈되는 카브리올레 모델과 달리 일부분만 여닫을 수 있지만 오히려 그 라인이 더욱 매려적이기도 합니다. '터보'는 911 라인업의 끝판왕입니다. 물론 높은 성능만큼 기본 가격도 2억 원을 훌쩍 넘어버립니다.

시승을 함께 한 911은 카레라 4 GTS로 기본 911 카레라보다 퍼포먼스와 상품성을 높이고 디자인적인 차이점을 더한 모델입니다. 아, 숫자 4는 네바퀴 모두, 즉 AWD를 의미합니다.

포르쉐는 911 카레라 4 GTS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3.6초가 걸린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런치 컨트롤을 사용해 제로백을 측정시 0.3초 빠른 3.3초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메이커가 발표한 수치 이상의 가속력 외에도, 911 GTS 모델은 스포츠 배기 시스템을 통해 파워풀한 사운드로 속도감을 더욱 배가하며 운전자에게 즐거움을 전달합니다.

911 카레라 4 GTS의 바이터보 플랫 6 엔진은 911 카레라 S의 최고출력 420마력보다 30마력 높은 450마력과 56.1kg.m의 최대 토크를 내뿜습니다. 미션은 7단 포르쉐 듀얼 클러치(PDK)로 빠르면서도 매끄러운 변속을 이룹니다. 공인 복합연비는 8.8km/l로 높은 퍼포먼스를 지닌 차량의 성격을 감안하면 연료 효율성도 우수한 수준입니다.    

브레이크는 전륜엔 6피스톤, 후륜엔 4피스톤 알루미늄 모노블록 캘리퍼가 적용되었으며,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 데까지는 2.4초의 시간과 33.5m의 거리가 기록되었습니다. 911 카레라 4 GTS는 탁월한 가속성능에 걸맞은 안정적인 제동성능을 체감케 하지만, 옵션으로 포르쉐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PCCB)를 선택한다면 더욱 단축된 기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1,200만 원이라는 비용의 추가를 부담해야 합니다.

주행 중이 아닌 멈춰있는 상태에서도 911 카레라 4 GTS는 자신만의 차이점을 어필합니다. 쉽게 지나칠 수도 있지만 당신이 디테일에 집착하는 마니아라면 GTS에서 더욱 공격적인 프런트 범퍼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디자인적 요소 외에도 보다 넓어진 에어 인테이크를 통해 공기의 공급을 늘리는 기능적인 효율성도 구현한 것입니다.   

(시승모델은 PDLS+가 옵션으로 추가)

그리고 포르쉐 LED 헤드라이트(PDLS)도 기본 사양으로 적용되었으며 스포츠 디자인 사이드미러도 적용되었습니다. 시승모델에는 블랙 컬러의 20인치 카레라 S 휠이 장착되었지만 금액 추가 없이 20인치 911 터보 S 휠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사이드 트림도 블랙 컬러로 디자인되었으며 그 위로 GTS 로고를 측면에서도 드러냅니다.

도어를 열면 하단의 사이드 스텝과 1열 헤드레스트의 로고가 탑승 전 자신이 GTS 모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시킵니다. 인테리어는 블랙 컬러의 알칸타라로 루프라인까지 뒤덮여 있습니다. 

운전석에 앉으니 GT 스포츠 스티어링과 옵션으로 추가된 GTS 인테리어 패키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포르쉐에서 필수 옵션이라 부르는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는 기본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센터패시아에는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PCM)도 위치해 내비게이션은 물론 애플 카플레이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스티어링은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이지만 정교한 조작성을 지녔습니다. 노면의 피드백도 효과적으로 운전자에게 전달해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스티어링에는 노말에서 스포츠, 스포츠플러스, 인디비주얼로 주행모드를 변경할 수 있는 다이얼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이나믹한 주행성능과 안팎으로 스포티한 디자인을 지녔지만 911 카레라 4 GTS는 일상 주행이 가능한 스포츠 GT 모델입니다. 고속도로나 와인딩 구간이 아닌 시내 주행에서도 주행모드를 노말로 설정하면 예상보다 편안한 승차감을 전달합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극심한 정체에서는 물론 일반적인 세단에 비해 불편함을 호소할 순 있겠지만 과속방지턱도 큰 스트레스 없이 지나가며 데일리 카로서의 사용성도 보여줍니다.

'외계인을 고문해 얻은 기술력'이라는 찬사를 받는 포르쉐는 '옵션질의 끝판왕'이라는 악명 높은 타이틀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포르쉐와 같은 브랜드에서 가성비를 논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911을 고려하는 운전자에게 필수적인 옵션이 대거 적용되고 좀 더 높은 성능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지닌 GTS는 포르쉐의 다양한 라인업 중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이지 않을까요?   

민철기  knt1966@gmail.com

<저작권자 © 모터피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