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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의 로드 앤 트랙, 포르토피노와 488 스파이더의 향연

적당히 구름이 가리어진 6월의 어느 날, 단어만으로 심장박동을 더 빠르게 하는 페라리와 함께 강원도로 떠났습니다. 이번 여행의 타이틀은 ‘로드 앤 트랙’, 일반 도로와 서킷 모두에서 페라리를 체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강력한 컨버터블 GT '포르토피노'

먼저 인제 스피디움까지 약 65km 구간의 국도를 함께한 주인공은 ‘포르토피노’, 페라리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컨버터블 GT입니다. 접이식 하드톱을 품었음에도 포르토피노는 꽤 넓은 트렁크 공간을 지녔습니다. 도심을 벗어난 장거리 여행에도 적합합니다. 운전석을 포함한 1열 공간은 공격적인 외관에 비한다면 예상 밖의 안락함마저 느끼게 합니다. 물론 일반적인 세단형 모델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600마력이라는 최대 출력과 함께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안전 최고속도는 320km/h, 0-100km/h에 이르는 데는 단 3.5초가 걸린다)

변속레버나 변속 버튼 대신 패들 시프트를 당겨서 출발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선 약간의 긴장감마저 더해집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시야에는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전면의 윈드실드나 측면 벨트라인, 그리고 사이드 미러 역시 외부의 정보가 투과하는데 용이합니다. 시트에 덧대여져 있는 쿠션들과 함께 저중속에서의 움직임은 ‘컴포트’란 주행 모드의 단어 뜻과도 잘 어울리기까지 합니다.

(효율성도 높아졌다. 복합연비는 8.1km/l)

그러나 가속 페달을 깊게 자극하면 보닛 안의 온순했던 트윈터보 8기통 엔진이 서서히 기지개를 펴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주행 모드를 스포트로 변경하면 좀 더 거칠어진 엔진의 반응도 전달됩니다. 포르토피노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올해의 엔진상을 수상한 페라리의 8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부품과 엔진 조정 소프트웨어의 정확한 측정을 더 했습니다. 그 결과 포르토피노는 이전 모델인 캘리포니아 T와 비교해 40마력 더 강한 출력을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타이어는 피렐리 P ZERO, 전륜 245/35 ZR20, 후륜 285/35 ZR20)

페라리 특유의 8기통 사운드트랙 역시 더욱 향상되었습니다. 이는 특히 오픈톱 주행에서 더 돋보입니다. 경량화된 접이식 하드톱이 닫혀 있을 때나 오픈되어 있을 때나, 포르토피노의 디자인은 시종일관 매혹적입니다. 심지어 하드톱이 고이 접혀 트렁크에 수납되는 과정마저 시선을 떼기 어렵습니다. 

(변속기는 7단 듀얼 클러치 F1이 사용)

머리 위에 아무것도 가리는 것이 없어지자 앞에서는 엔진음, 뒤에서는 배기음의 오케스트라 향연이 펼쳐집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지연 없는 트윈터보 엔진의 질감입니다. 포르토피노의 V8 터보 엔진은 새로운 일체주조의 배기 헤더를 적용, 파워 손실을 줄이며 터보 래그 없는 스로틀 반응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이 기술은 선택된 기어에 맞게 토크 전달을 조정하는 가변 부스트 매니지먼트와 결합해 모든 기어에서 더욱 빠른 가속을 가능케 합니다.

고출력 엔진을 통한 직선 구간에서의 가속뿐 아니라 이어서 나타난 와인딩 구간에서도 즐거움은 계속됩니다. 포르토피노는 섀시와 차체의 비틀림 강성을 높이고 반대로 전체 무게는 줄였습니다. 캘리포니아 T에 비해 경량화된 포르토피노는 반복되는 감속과 가속, 그리고 선회에도 경쾌한 움직임의 연속입니다. 페라리 라인업 최초로 3세대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Diff3)와 주행 안정장치, 그리고 F1 트랙션 컨트롤이 적용되었다는 복잡한 정보를 암기하지 않더라도 빼어난 조절 능력과 기계적 접지력을 체감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분명 65km는 그리 짧지 않은 거리입니다. 그러나 한산한 교통 흐름과 포르토피노와의 조합은 상대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가속시켰나 봅니다. 목적지인 인제 스피디움에 도착했지만 포르토피노를 뒤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킷에선 또 다른 페라리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V8 엔진을 품고 있는 것은 동일하지만 더 강력한 모델입니다. 심지어 그 위치마저 운전자의 등 뒤에서 좀 더 빠른 가속을 재촉하는 녀석입니다. 

8기통 미드리어 엔진의 오픈에어링 '488 스파이더'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모델은 488 스파이더, 앞서 시승한 포르토피노와 같이 접이식 하드톱 모델이지만 그 성향은 사뭇 다릅니다. 488 스파이더는 페라리 최초로 8기통 미드리어 엔진을 탑재한 308 GTB의 타르가톱 버전인 308 GTS의 계보를 잇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미드리어 엔진을 탑재하고 있는 만큼 488 스파이더의 무게는 41.5:58.5의 배분을 나타냅니다. 최대 출력은 8,000rpm에서 670마력, 최대토크는 77.5kg.m을 3,000rpm에서 발휘합니다. 안전최고속도도 325km/h,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는 3.0초를 기록합니다. 

 

서킷에 올라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음이 배기음과 함께 머리 뒤에서 울부짖기 시작합니다. 488 스파이더의 주행모드는 총 5가지로 Wet, Sport, Race, CT Off, ESC Off입니다. 웜업 주행이 끝난 후 주행모드를 ‘레이스’에 두면 엔진의 반응은 물론 서스펜션과 미션, 배기음의 반응까지 한 단계 더 빠르고 단단해집니다.

강력한 심장뿐 아니라 향상된 공기역학적 효율성도 주목해야 될 부분입니다. 최적의 다운포스와 공기저항의 감소를 위해 페라리의 엔지니어들은 와류발생장치를 포함한 공기역학적인 하부 설계, 그리고 블로운 스포일러(blown spoiler)등의 혁신적인 장치들을 통해 복수의 목표를 실현했습니다. 

일반 도로가 아닌 서킷인 만큼 일상적이지 않은 속도로 가속과 감속, 코너의 진입과 탈출을 반복함에도 견고한 움직임은 운전자에게 높은 신뢰를 제공하기에 충분합니다. 458 스파이더에 비해 23% 향상된 섀시 성능은 488 스파이더 모델 역시 쿠페와 같은 수준의 비틀림 강성과 빔 강성 수치를 확보케 하였습니다.

자기 유동식 댐퍼는 스포티한 주행 중에도 안정감 있는 승차감을 제공합니다. 또한 SSC2(Side Slip Angle Control) 시스템은 전문 드라이버가 아니더라도 더 높은 질주 성능을 경험할 수 있게 합니다. 그 결과 488 스파이더는 458 스파이더에 비해 12%가량 빠른 가속력으로 코너를 빠져나갈 수가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단 한 가지, 인제 스피디움의 서킷 주행에서는 접이식 하드톱을 열 수 없었다는 것. 하드톱을 연 상태로 엔진의 회전수가 높아짐에 따라 변화하는 매력적인 엔진음과 배기음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지난 3월 5일, 2019 제네바 모터쇼에서 페라리는 최신형 8기통 모델인 ‘페라리 F8 트리뷰토’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 바 있습니다. 600마력의 포르토피노와 670마력의 488 스파이더를 경험했지만 페라리는 720마력, 78.5kg.m의 토크라는, 그 이상을 선보이며 또 한 번 운전자를 놀라게 할 준비를 마친 것입니다. 

페라리 F8 트리뷰토 역시 국내 출시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초여름, 포르토피노와 488 스파이더와 만난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기대가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정원준  wonjun95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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